“아차차, 핸폰! 꼭 바쁠 때 이런단 말이지. 하하. 그래도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해야지!” 현관을 나서며 다시 방으로 들어가 핸드폰을 챙기는 엄무열 씨. 그는 오늘 회사 전략 기획 프리젠테이션을 멋지게 성공하고픈 마음에 들떠있다. 크로스백 앞 지퍼를 열고 핸드폰을 넣은 후 옷매무새를 한 번 살피고선 현관 거울을 들여다본다. “좋았어. 자신감을 가져! 이 프리젠테이션은 바로 내가 하는 일을 위해 나를 발표하는 순간이야. 나는 내 일이 정말 즐거워! 잘하고 싶어! 아자아자 파이팅 엄무열!” 엄무열 대리의 깜빡깜빡 병은 오랜 습관이었다. 사람 좋은 최 과장이 늘 엄 대리를 나무랐던 지점. 깜빡 까먹는 습관은 잘못된 업무 태도 때문이라는 것이다. 한 달 전 최 과장이 커피 한잔 하자며 휴게실로 불렀다. “일의 시작과 끝이 중요해. 차근차근 일을 바라보면, 시작과 끝 사이에 어떤 흐름과 작동방식을 보게 되지. 그것을 차분히 정리만 해도 깜빡 병은 고칠 수 있어. 차근차근 정리해야 해. 나중에 그것이 루틴으로 작동할 때 업무 실력이 늘어.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, 왜 엄 대리가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아는 거야. 그래야 열정이 생기고 그 일을 자신의 일로 생각하게 되지. 우리 직장인에겐 바로 업무력이 필요해. 그러면 업무의 우선순위가 생기고,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. 봐 봐. 자네는 늘 위에서 주어진 일만 하느라 급급하잖아. 누가 시켜서 하는 일 말고, 스스로 일을 찾아보라고. 필요한 건 ‘영혼’이야! 영혼!” 사실 엄 대리는 자신이 왜 회사를 다니고 있는지 답답해했다. 매일 같은 업무, 그리고 위에서 떨어지는 난데없는 과제. 하루를 쪼개 사는 것 같은데 시간이 모자랐다. 얼마 전 친구가 기발한 박스 아이디어로 대박 났다는 소식을 듣곤 퇴사를 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. 그러다 그 친구가 하는 말에 회사에서 뭔가 찾고 싶다고 생각했다. 그 친구는 박스 공장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던 친구였다. “처음엔 이게 뭔 박스야! 그랬는데 이 박스가 장차 나를 먹여 살릴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선 정말 박스가 사랑스러워졌지.” 엄 대리는 조금 전 휴게실에서 최 과장이 커피와 함께 준 책을 무심코 펼쳐봤다. “업무력? 내 이름이랑 비슷하네. 엄무열 업무력. 하하. 뭐라도 도움이 되겠지? 음. 음. 음. 아~. 어이쿠! 이렇게 일하는 거였구나!”
그때 생각이 다시 났는지 엄 대리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크로스백에서 그 책을 다시 꺼낸다. 『능률100배 손정의 활기찬 업무력』. 대한민국 직장인 서바이벌 매뉴얼이라는 부제를 다시 소리 내서 읽는다. “정말 이 업무력 책 때문에 서바이벌이 가능했군. 왜 몰랐을까. 마음의 1도만 바꿔도 삶이 바뀔 수 있는데. 나는 그동안 회사에 영혼 없이 돈 때문에 다녔던 거지. 비록 작은 일이지만 회사 전체에서 내가 맡은 일의 중요성을 다시 보는 순간, 바로 그게 내 일이더라고. 경쟁력을 위해 쌓아야 할 실력이 어떤 것인지 저절로 알겠더라고. 미래의 내 모습이 그려졌으니까. 하하. 결국 실력이 미래를 결정하는 거야. 나는 날 믿어. 아자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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